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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 후예, 한류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명품 수작 드라마
    카테고리 없음 2020. 3. 16. 11:06

    태양의 후예, 한류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명품 수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10%도 넘사벽이라던 최근 드라마 시청률 한계를 가뿐히 넘어 30%가 넘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드라마 비수기라는 벚꽃 피는 계절에 4년 만에 흥행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태양의 후예'가 주는 시사점은 그 작품성과 메시지에 있다. 만약 '태양의 후예'가 기존의 낡은 흥행 드라마 공식에 입각해 시청률을 견인한 것이라면, 그 성공이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드라마들과의 확실히 차별화된 건강한 메시지와 창조적 협업 시스템, 드라마 제작 관행을 개선한 100% 사전제작을 통해 완성한 제2의 한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 성공과 흥행이 기쁘게 느껴지는 것이다.

    태양의 후예가 30%가 넘는 국내 시청률을 달성했다는 것이 놀랍지만 아시아 대륙에서의 인기는 더욱 경의롭다. 이미 중국 웨이보 누적 조회수가 75억 건에 이르는 '태양의 후예'는 벌써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중국 대륙에선 남주인공을 맡은 송중기가 이민호, 김수현과 함께 3대 천황에 등극하였고, 중국 유부녀들 사이에서는 송중기를 작은 남편으로 부르는 유행문화가 등장하였으며,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갱신한지 이미 오래다. '태양의 후예'를 반복 시청하던 중국 팬이 실명위기에 처하고, 드라마 시청을 두고 다투던 부부가 이혼을 하는 등 높은 인기에 힘입은 해외 토픽감 해프닝도 불거졌고, 베트남에선 자국 젊은이들 사이의 '태양의 후예'의 인기에 놀라 한국군 미화 내용을 문제삼아 지나온 월남파병 문제가 새롭게 역사적 쟁점 으로 등장하는 등 온 나라가 '태양의 후예' 후유증으로 시끄럽고, 음반 차트 1위에서 4위가 모두 '태양의 후예' OST가 휩쓸었던 태국에선 총리가 '태양의 후예'가 지닌 메시지의 유의미성을 주장하는 등 '태양의 후예'의 영향력은 단순히 안방 드라마와, 대중문화 현상을 넘어 정치와 역사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이처럼 신드롬으로 확산되고 있는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예측 가능한 현상이었을까? 물론 흥행보증 수표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에 아시아에서 인지도가 높은 송혜교라는 글로벌 스타를 앞세운 130억 제작비가 투입된 해외 로케 명품 드라마라는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태양의 후예'는 그 성공 가능성 못지 않게 실패의 가능성도 높은 드라마였다. 아니, 오히려 전문가들은 실패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양의 후예'는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유독 많았던 드라마였다. 먼저 캐스팅 과정에서 남자 주역 선발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응복 PD는 원래 유시진 역에는 특전사 장교 배역에 맞는 근육질의 전사적 이미지가 강한 마초적 성격의 남주인공을 염두에 두고 조인성, 원빈, 공유, 김우빈에게 러브콜을 보냈었다. 그러나 멜로와 액션이 가능한 한국 정상급 남성성 배우들인 이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작품 출연을 고사하였다.

    작품 대본은 군 제대를 앞두고 출연작을 고심중인 송중기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송중기는 대본 자체에 너무나도 깊이 빠져 들어가고 허심탄회 하게 출연결정을 하였고, 김은숙 작가는 애초의 마초적 남성성 유시진이 아닌 꽃미남 전사 송중기에 맞는 캐릭터로 내용을 대폭 수정 오늘날의 유시진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남주인공 후보들에게만 거절당한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드라마의 왕좌 자리를 차지한 SBS 방송국의 회심의 역작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SBS는 재난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고, 주로 주인공들이 제복과 군복을 착용하며, 병원과 군막사, 재난 현장을 배경으로 하기에 대기업의 PPL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제작 현실을 고려한 끝에 편성 불가 판정을 내리게 된다. 한국 드라마에서 재난 드라마와 군인 드라마는 더 이상 설 곳이 없었던 것이다.

    '태양의 후예'는 이러한 크고 작은 우여곡절 끝에 드라마의 제왕 자리를 탈환하기 원하는 KBS의 야심찬 도전에 의해 편성 방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세계 32개국에 수출하게 되는 한류 드라마의 또 하나의 산증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당시 먼저 러브콜을 받았던 남자 톱스타들과 SBS는 아주 잘못된 결정을 내렸던 것일까? 아니다. 내가 당시 그들이었다 하더라도 '태양의 후예' 출연과 편성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양의 후예'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흥행을 기대하기는 커녕 제작 중단과 방영 불가가 내려질 가능성마저도 높은 리스크가 큰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첫째, SBS의 편성 불가 이유에서도 말했듯이, 130억이란 대자본이 투입되고도 대기업의 스폰서를 기대하기 어려운 작품으로서 상당수 해외 로케가 필요하나 협찬도 어렵고, 지진과 전투 액션 장면을 찍기 위해 고도의 인력과 촬영 설비 기술이 필요하지만 투입 대 산출이라는 경제성 면에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둘째, '태양의 후예'가 방영될 계절인 봄철은 드라마의 비수기로서 거대한 제작비를 환수하기 위한 시청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기이고, 한국 드라마의 흥행 공식인 막장 불륜 삼각관계 후계자 경쟁 등 시청률 대박 드라마의 성공 요소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은 작품으로 공중파 3사는 물론 신흥강자인 TVN과의 경쟁을 해야하는 SBS로서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셋째, 게다가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국내 드라마의 징크스를 극복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풍토에서는 100% 사전제작을 통해 성공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사전제작 드라마일수록 시청률에 있어선 참패를 벗어가기 어려웠다.

    넷째, '태양의 후예는 '재난 액션 드라마로서 그 장르 본연의 완성도 형상화 역시 의심스러운 드라마였다. 전쟁에 준하는 국제 분쟁지대에서 벌어지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살벌한 전투 액션 장면을 촬영해야 하고 참혹한 지진 재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와 초대형 3D 재난 영화의 스펙터클한 CG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시청자들의 눈 높이에 '태양의 후예'가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태양의 후예'의 제작비 130억은 국내 자본으로는 거대 자금이지만 재난 액션 드라마로 볼 때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 편 제작비의 10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 영세한 작품에 불과하다. 그런 소규모 자금으로 국내와 해외를 오고가며 스펙터클한 영상을 담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이나 지진 등 재난 장면은 송중기형 액션 멜로 드라마로서나 제기능을 다하는 것이지 헐리웃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장면들에 비해 그 스펙터클함과 현실감은 다소 떨어진다.

    다섯째, '태양의 후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국제 분쟁 지역과 한국 파견 부대인 태백부대가 대치하고 있는 테러단체는 현실 세계의 한국 정부와 외교적인 분쟁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테러조직이 사실에 기반한 조직이었다면 한국인 대상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어 종국엔 드라마 방영 중단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사실 '태양의 후예'에 등장하는 '우르크'는 이런 정치 외교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실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이다. '태양의 후예'에 등장하는 '우르크'는 어떤 나라인지 사실적 묘사가 없다.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의 내전 지역인지, 기독교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종교분쟁 지역인지 아니면 석유 이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중동지역인지 지역적 특성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평화유지군이 상대하는 테러단체가 아프리카의 보코하람인지 아프간의 탈레반인지 중동지역에 창궐하고 있는 IS인지, 서방세계에 저항하는 알카에다인지도 도통 알 수 없다. 외교적 분쟁과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우르크라는 가상 지역은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역사적 연고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세계로 만들어 결국 작품을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실체 없는 환타지로 만들어 버렸다. 진정한 중동 지역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한 피상적인 평화 유지 활동의 작품이란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이 톱스타 남주인공 후보들과 SBS가 '태양의 후예'라는 작품에 출연 결정을 하고 방송 편성을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 제작진이 훌륭한 것은 이러한 크고 작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무릎꿇지 않고 기존의 드라마 제작 관행을 깨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제작하고 편성하고 유통하는 예술과 비즈니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우선 아이디어 뱅크인 김원석 작가의 폭발적 아이디어들에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모 김은숙 작가의 구성력과 대사 구현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했다. 단순한 전쟁터의 의사와 특전사 장교의 휴머니즘적 동료애가 핑크빛 러브스토리로 변화되고, 딱딱한 군인들의 말투가 유머러스한 명대사로 탄생되기 시작했다. 흥행성 없는 바람직하고 건전한 이야기로 끝날 수 있는 스토리가 가슴 떨리고 달달한 사랑의 이야기로 재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작가들의 이종교배와 협업 시스템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한 변증법적 창조력을 가능케 해 준 이응복 PD의 연출력이 존경스럽다.

    또한 김은숙 작가의 끊임없는 자기변신 노력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파리의 연인'으로 50% 이상의 시청률을 달성한 그녀는 '시크릿 가든'과 '신사의 품격' '상속자' 등으로 흥행보증수표 작가라는 타이틀이 언제나 따라 다니는 작가였다.

    다만 재벌남과 캔디녀의 만남이라는 신데렐라 모티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완전히 기존 드라마의 자기복제레시피를 파기하고 자기부정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태양의 후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인 강모연과 윤명주는 된장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다. 자기 삶의 결정권, 자기 사랑의 결정권에 있어 단호하며 자신의 사랑을 추구하는 데 열정적인 인물이다. 이상적인 인물과 캐릭터를 탄생시킨 작가적 역량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김은숙 작가는 이 작품에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자기 희생적인 인물들의 삶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의식은 '본질의 회복'에 있지 않나 싶다. 어느 덧 의사라는 직업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돈을 가장 잘 벌 수 있는 직업으로 변질되어, 치과와 성형외과와 같은 곳은 지원자가 넘쳐나고,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흉부외과에는 매년 정원이 미달되는 이 시점에서 환자가 있는 곳이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환자를 치료하는 지독히 원칙적인 흉부외과 의사 강모연과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살며 자신이 입은 군복이 언제든 수의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국가에 충성하는 특수부대 장교의 이야기는 상식이 이미 상식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시청자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선사해 준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 시대, 성공확률이 낮은 통계치에도 불구하고 130억 대작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도록 용단을 내린 제작자들과 아낌없는 지원으로 창사 기념 드라마를 지원한 KBS의 역할도 컸다고 들었다. SNS 시대, 사전 제작 내용이 스포일러에 의해 언제든 유포될 수 있는 현실에서 마지막까지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물 셀틈 없는 보안을 유지한 것을 보면 '태양의 후예' 제작팀이 매우 용의주도한 프로들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from http://culturehunter.tistory.com/3 by c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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